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
두 남자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바다는 금방이라도 두 남자를 삼켜 버릴 것처럼
으르렁 거리듯 하얀 포말을 드러내며 달려온다.
하얀 백사장 옆으로는 껑충 자란 풀잎들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려댈 듯,
습기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은 무겁게 두 사내의 어깨를 누른다.

마틴과 루디.
방금 먼 길을 돌아 바다에 도착한 이들은 병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다.
마틴은 뇌종양을 앓고 있고, 루디는 골수암을 앓는 -  시한부 인생이다.
두 남자는 자신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마지막 소원인, 바다를 보러 온 길이다.

거센 바람에 루디의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루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를 본다.
삶의 종착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바다를 처음으로 보다니 -
왠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진다.
루디와 마틴은 서로를 쳐다본다.
우는 듯, 웃는 듯.. 표정이 복잡하다.
언젠가 마틴이 그랬지.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루디에게
천국에서 넌 할 이야기가 없겠다며 놀렸다.
천국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전에 본 바다의 아름다움..
바다의 허무함에 대해 오래 오래 이야기 할 거라고.

루디는 서 있는 가운데 마틴이 모래 위에 앉는다.
마틴의 눈이 촉촉이 젖어온다.
그리고 잠시 후.. 풀어지는 눈동자.
풀썩.. 마틴은 차가운 바닷가 모래 위로 쓰러진다.
루디는 아무 말 없이 마틴을 바라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천국에서 그는.. 바다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
아니면 바다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할까..
사나운 바람결에 파도가 부서질 뿐.. 바다는 아무 말이 없다..

***

마지막 앞에 선 처음인 어느 것,
나 역시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다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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