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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 Stanford, London

저는 전 주인이 즐겨 읽던 대목이 이렇게 저절로 펼쳐지는 중고책이 참 좋아요.
해즐릿이 도착하날 '나는 새 책 읽는 것이 싫다'는 구절이 펼쳐졌고,
저는 그 책을 소유했던 이름 모를 그이를 향해 '동지!'하고 외쳤답니다.

_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 中에서


세실 코트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작은 골목 하나를 마주보고
한 줄로 늘어선 중고서적 거리 근처에서 코벤트 가든쪽으로 몇발자욱만 옮기면
여행 서적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세련된 서점도 함께 한다.
그곳을 지나칠 때, 다음의 목적지..
이번에 떠나게 된 동기가 된 그곳 '터키'의 첫 목적지
이스탄불을 이달의 여행지로 소개하는 잡지를 통해 만난 순간..
나 역시 마음 속으로 '동지!!'를 외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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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무위의 실천가 타입 | 실천, 해탈, 공 空, 무위

'무위'(無爲)한다고 하여, '실천'과 등지라는 법은 없다. '무위' 자체가 실천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타입의 사람들을 '무위의 실천가'라고 부를 수 있겠다. 세상을 관통하는 일관된 법칙은 없다. 세계는 변화무쌍, '변화' 자체가 천하의 도(道)이다. 그런 변화의 격량을 마음대로 넘나들면서도 휩쓸리지 않는 지고한 자유인은 바로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모든 존재를 향해 자신을 개방하라! 세계 만물, 각각에 우주가 들어 있나니!
이 타입의 동양사상가는? = 싯다르타, 장자, 원효, 장재

《서양》
냉철한 엘리트 타입 | 이성, 인식, 분석, 판단, 지성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성적이고 생각이 많은 당신은 이견이 다른 사람들을 말[言]로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설득력을 가진 네고시에이터 타입! 아는 것이 힘이긴 한데,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는 법. 세계는 변한다. 당연히 목적도 변할 수 있다. 단, 변할 때 변하더라도, 변화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는 법임을 믿는다. 변화하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당신. 강자에겐 약한 기질일 있어서 특정 순간에 사정없이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도 주로 두꺼운 것만 쓰는 이 유형의 철학자들은? = 데카르트, 홉스, 헤겔, 베버

_ 그린비출판사 '철학성향테스트'中에서

***
헐~!

잘 맞네... -_-;
특히 무위....는 내가 표방하는 삶이긴 하나,
(물론 지인들은 나의 '무정부주의'를 심히 싫어하나 난 그렇소~ 하고 말한 적은 없다 -_-+)

어쨌든, 이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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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도 돼?"
소이치로는 마리의 말이라면 거절한 적이 없다.
"손잡고 자도 돼?"
"얼굴 맞대고 자도 돼?"
"응."
마리가 조르고 떼를 쓸 때마다 소이치로는 선선히 승낙했다.
가끔 이렇게 말할 때도 있었다.
"왼쪽만 빌려줄게. 그러니까 오른쪽은 건들지 마."
마리는 소이치로의 왼쪽 옆구리에 들러붙어 목 부분에 얼굴을 콕 쳐박고 잠들었다. 눈을 뜨면 초점이 부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소이치로의 하얀 볼이 있었다.
벌렁 누워 자던 소이치로가 가끔은 모로 누워 웅크린 채 들러붙어 있는 마리의 무릎 사이로 한 발을 밀어 넣고서 말했다.
"우리 마리, 아직 꼬맹이네."
둘은 그런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잠드는 건 거의 소이치로였다. 마리는 소이치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면서 이 세상 누구보다 오빠가 좋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자기를 지켜준다고.

... ...

갓 목욕을 하고 잠이 든 소이치로에게서는 비누 냄새가 났다. 목욕을 하지 않았을 때는 버터 우유와 풀 냄새가 섞인 듯한 냄새가 났다.

_ 에쿠니 가오리의 '좌안(左岸) 마리 이야기' 中에서


영화 '북극의 연인들'에 나오는 안나와 오토는 회문으로 된 이름을 가진 이복남매로 서로의 운명적인 삶이 자신들의 이름처럼 순환되면서 결국 끝에 다다른다.
어쩌면 그들이 진짜 남매가 아닌 것이 비극의 시작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에서 유코와 료는 서로가 친남매인 줄 모르고 운명적으로 연결된 사랑을 이어나가지만,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남매들이 갖고 있는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관계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적잖은 동경을 넘어서 정말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싶다.
물론 금기시된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에쿠니 가오리가 써내려간 이야기에서 보여지는 오빠 품에 기대어 잠든 마리를 보자니 꽤나 질투가 난다.

후훗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연인을 가족의 관계처럼 '오빠'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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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강가에 있는 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 ...

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

 
_ 좌안 / 에쿠니 가오리

 

오른쪽 강가에 있는 나, 왼쪽 강가에 있는 너... ...

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

 

_ 우안 / 츠지 히토나리



090513 @ 교보문고 광화문점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그 둘이 다시금 함께 책을 내었다.

우연히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사인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니다.
정말 그들이 보고 느낀 것, 그리고 그들이 써내려간 이야기...
과연 그 사람들이 누구일지 궁금했다.
나란히 앉아 서로의 책에 열심히 자신의 이름을 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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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빗 소로는 자기 집에 의자를 세 개 두고 있다고 했지요.」에드가 한마디한다.

「첫 번째 것은 고독을 위해서, 두 번째 것은 우정을 위해서, 세 번째 것은 사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고독을 위한 것 하나밖에 없어요. 침대까지 친다면 우정을 위한 두 번째 것까지는 있는 셈이겠지.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교 따윈 없어요. 그런 짓이라면 내 택시하고 실컷 했으니까.」


                                                         - 신탁의 밤, 폴 오스터.

[from y.     ]


#1. 내 방에 놓인 2개의 의자와 침대는 차치하고 난 3병의 와인에 대해 말하고 싶다.

#2. 오랜만에 녀석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며, 다 지나빠진 생일에 대해 조금 투정을 부려본다.
녀석은 내 생일을 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나우누리 시절 때 '아이디'와 함께 기억한다고 말한다.
갑자기...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이 참 기쁘고, 고맙더군.

이번에 만나게 되면 정종 대신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마침 내 방에는 3병의 와인이 굴러다니고 있다.
작년 봄 독일에서 사 온 아이스바인, 호주에서 사 온 레드 와인(부디 쉬라즈이길) 그리고 파리에서 선물받은 레드 와인.
다음 주쯤 녀석과 학교 앞 공원에 앉아 찬 바람과 함께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길 바랄 뿐...
어쨌든 저 3개의 병 중 한 병은 녀석의 몫이 되어 버렸다.

#3. 사실 좀 더 많은 와인들을 갖고 몇몇의 친구들과 치즈 하나 놓고 작은 파티를 열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바쁜 탓에 더욱이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이 좋은 것들을 나눌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앞서 파티는 결국 열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폴 오스터의 글귀로 인하여 그 고민이 모두 사라졌다.

아마 주말쯤 올라오게될 친구와 함께 또 하나의 와인을 마셔야 할 거 같고... ^^
마지막 한 병은 제주도에서 끝내지 못했던 파티를 위해 그 친구들과 마셔야 할 거 같다.

#4. Oracle Night의 한 구절이긴 하지만, 폴 오스터란 이름을 들으면 항상 떠오르는 한 친구가 있다.
혹시나 하고 녀석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우연의 음악」을 펼쳐보니,
역시나 첫 장에는 녀석의 메모가 있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 이 책이 네가 어른이 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건강하고..." -xx

후일 책을 다 읽고 녀석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떠올라 그때도 지금도 어른이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녀석에게 또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런지...
...녀석도 아직까지 아무 소식 없다.

그리고 정작 녀석과 나눌 와인도 남아있지 않고.

#5. 내가 가진 3병의 와인은 모두 우정을 위한 것으로 녀석들이 오래전 나우누리 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라는 것에...
어쩌면 이 녀석들이 지금 잠시 나에 대해 잊었다 할지라도...
오늘의 이야기처럼 내 아이디만으로도 내 생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의 기억에 내가 남아있을 거 같다.

내가 가진 와인이 단 한병 뿐이라 내 목만을 축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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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삼고 있다. 반면 내가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군가'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 (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from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1.후훗..너무나도 '하이데거'-물론 번역본에서의 표현일테지만-스러운 표현에 ^^

#2.'고독'과 마주한 순간이 얼마나 내 자신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좀더 알아나가야 할 듯.
항상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며,
안으로 밖으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만큼 미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3.새삼...굴드의 인생에 나를 비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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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2) 2007/03/20
왜 다른 나라에서 현관문 같은 사소한 것에 유혹을 느낄까?
왜 전차가 있고 사람들이 집에 커튼을 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떤 장소에 사랑을 느낄까?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우리 삶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상대가 구두를 고르는 취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글 제목으로는 무언가 2% 부족한 이 책의 원제는 'The Art of Travel'.

너무 박식한 나머지 무작정 쏟아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거부감이 들지만,
그래도 그가 밉지 않다.
이름만큼이나 보통스럽지 않은 그만의 시각이 책 속 곳곳에서 묻어나기에...

언젠가 그렇게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여행책자 하나 없이 무작정 떠났던 여행에서 커다란 닻을 본 순간
'내 여행은 이제서야 닻을 내렸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역시 소소한 삶 속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이미 보통은 내 삶에 닻을 내렸던 것인가??

누군가의 감정에 닻을 내린다는 표현은 꽤나 그럴싸하다 ^^

후훗...이젠 그 닻을 다시 한번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
정말 오늘은 어디론가 그렇게 무작정 떠나야만 했을 거 같은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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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뼈  (0) 2007/05/14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소리였으면.
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포도를 걸을 때였지
길이 갑자기 좁아져서 우리 상반신이 바싹 가까워졌지.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소리를 내는 순간


한강 님의 <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어깨뼈’ 였습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눈물나게 좋은 이 계절이,
모든 사람에게 환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시려옵니다.
당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뜩 움츠러든 어깨로 걷는 사람을 볼 때처럼 말이지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비록 타인이지만
그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고 싶어져요.
어깨뼈를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지요.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바람이었으면...

어제 저녁, 배미향씨의 '길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이 글과 함께
Sunshine on my shoulders(John Denver)가 흘러나오더라는...
메마른 어깨뼈가 부딪히며 내는 먼 풍경소리로
그렇게 서로를 안고 살아갈 때,
조금쯤 쓸쓸함도 줄어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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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_ 호시노 미치오 / 청어람미디어

우연히 책 제목을 들은 뒤,
얼마 전에서야 한권 사들어 라디오 한 프로그램 지나가는 사이 다 읽어버린 책.
정말 이 책만큼은 내 책장에도 내 마음에도 오래 남을 거 같다.

이 책은 사진집으로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호시노 미치오의 전기와도 같다. 그가 렌즈로 들여다보는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눈높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40여년 동안 알래스카에서 에스키모로 살아가는 백인 밥 율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 책은 그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그 자신 본연의 모습과 닮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알래스카의 자연과 현대화에 접어드는 알래스카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과 자연이 가진 우연성과 그 안에서 결국 숙명적으로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책에서 '마음의 지도'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했다.
마음의 지도는 곧 포용력이자 열린 생각이다. 한번도 내가 태어난 곳을 벗어난 적이 없더라도 마음의 세계 지도는 누구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 호시노 미치오의 생각. 그 생각에 많이 공감한다. 경험을 많이 하는 것뿐 아니라 그 경험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기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 속 지도에 새겨놓았던 알래스카가 단순한 둘러보기 혹은 하나의 색다른 체험의 공간이 아니라 내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쯤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p.30 아무것도 없었던 시대에는, 인간은 자기 생활권 바깥 그 어디에서도 자극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보면 저쪽 편에서 이리로 날아드는 거였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찾았던 것은 자극보다는 휴식이었어.

p.104 작은 장작불이 흔들리고 있다. 타닥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나의 마음을 풀어준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더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역시 묘한 거야, 사람의 마음이란. 아주 자잘한 일상에 좌우되면서도 새 등산화나 봄기운에 이렇게 풍족해질 수 있으니.
사람의 마음은 깊고, 또 이상할 만큼 얕다. 사람은 그 얕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p.183 이 샤먼 아주머니는 종종 운수가 나빠진다는 말을 했다. 어떤 행동이 왜 안 되는지를 물으면 '운수가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운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변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운을 좌우하는 것은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자연'이 바로 그것이다.

p.204 자연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고 한다. 이리의 습격을 받는 카리부 무리는 미처 도망치지 못하는 약한 놈을 희생시켜서 무리 전체의 강인함을 유지한다고 한다.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지만, 자연은 정말 그렇게 교과서대로 움직일까? 의외로 우연성이 지배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연은 약한 자까지도 포용해버리는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p.225 사람은 늘 무의식적으로 자기 마음을 통해서 풍경을 바라본다. 오로라의 신비한 빛이 들려주는 무언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속 풍경에 벌써부터 있었던 것이리라.


끝으로...지난 토욜부터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느냐'였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한 삶일테지만... 이 책을 읽고난 일욜부터는 '어디서 살아가느냐'란 호시노 미치오의 물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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