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까운 사람들은 아니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본 그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싸한 모습이다.

소위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하고 있고,
모난 구석없는 둥글둥글한 성격 덕분에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일도 없거니와
재치 넘치는 유머까지는 아니더라도 온화한 미소로 정감마저 느껴지는 사람들.

하나의 문제는 마흔 다 되어가도록 혼자라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적어도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2.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들의 조건 때문일 거에요"

그 사람의 대답 속에는 그가 가진 한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3. 그리고 이것이 결혼의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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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월 x일...
우리 두 사람 오늘부터 서로의 연인이다.

#2. 분명 서로의 관계가 좀더 투명하고, 분명시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딱 잘라 '언제'라고 규정하기에는 조금 무리되는 시간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느날 돌아서보니 서로 어깨를 스치던 간격이 유난스레 좁아져 있다던가,
앞뒤로 오가는 발걸음이 조금 더 줄어들어 있다든가...
그런 순간 두 사람의 줄어든 공간은 두 사람의 시간으로 꽉 차 있게 된다.

아마...그 순간이 두 사람을 연인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 사진에 'Je te veux'라는 satie의 곡 제목을 붙여놓았다.
처음엔 남자가 여자를 창틀 위에 앉혀 놓은채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앞치마를 둘러멘 남자를 창 밖의 여자가 내려다 보는 거 같기도..
만약 그렇다면, 빵(?) 만드는 남자를 방문한 여자친구쯤 되겠지.

헤어지는 것 또한 그럴 것이다.
어느 한순간 내 손에 들려있던 도자기 하나가 와장창~ 깨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가고 있던 것도 모른 채 계속 물을 붓고 있고 있다가
더이상 물이 차오르지 않음을 알았을 때...
이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달음박질처럼...하나의 선을 두고 하나의 선을 향해 달려가는 건 맞지만,
분명 그 선 앞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것이다.
꼭 그 관계가 2인3각처럼 시작되고 끝날거라 생각하지 말지어니...

그리고 두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신이 누구의 사람인지.
그러니...조급해하지 말고, 서로의 관계에 있어 진도를 논하지 마라.

누군가와 손 잡는데 1분, 1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당신과 처음 입맞춤하는데 손잡은 후, 1분 뒤 한달 뒤...라는 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두 사람의 마음만 맞는다면,
분명 손 잡는 것과 키스는 동시에 가능할테니.. ^^;

#3. x월 x일, 100일 기념일~
200x년 x월 x일, 1주년.

지나고 보니...참 부질없다.
그냥 서로가 처음 눈에 들어왔던 그날을 각자의 마음 속에 아로새긴 채,
그 날을 영원히 잊지 않으면 어떨까?

아..물론 결혼 기념일이라든가, 생일은 예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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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more..

한 사람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지란지교(芝蘭之交)
하지만, 이젠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내가 '친구'라, '벗'이라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있어서 지향하는 바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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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히데오는 상냥하고 귀염성 있는 사람이지만,
덴노지에 갈때마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특히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고
티나게 에리코에게 알리고 싶은 거겠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표정을 짓다니,
(여)‘이런 불쾌한 분위기는, 남녀가 같이 사는 집에 의자가 하나뿐인 상황하고 비슷해...’
에리코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누가 먼저 앉아버리면, 다른 한 사람은 서 있어야 하는 의자 뺏기 놀이 같은 거야.
나도 따라서 앉아서는 안돼.’
두 사람 다 불쾌해져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벌써 관계는 끝장났다고 보아야 한다.
계속 같이 살 마음이 있으면,
의자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늘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애를 태우며 서로 싸우며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에리코의 감미로운 생활은 히데오에게는 거품 같은 인생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에리코는 그만 풀이 죽고 말았다.
여자의 욕심이라고 할까. 질투라고 할까.
에리코는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히데오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다나베 세이코의 <짐은 벌써 다 쌌어> 중에서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을까요?
청춘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평화 없는 사랑, 사랑 없는 평화,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구요.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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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 생활은 올해로 24년째에 접어든다.
19세 때 연애를 시작해 7년 가까이 사귀었으니
서로 알고 지낸 기간까지 합하면 30년이나 된다.
우리가 결혼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집안의 반대였다.
아내는 매형의 여동생이었고 나이도 나보다 네 살 많은데다
스물다섯살 남자에게 결혼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more..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한 철 내내 집안에서 단둘이 지내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여전히 연애하는 것처럼 산다
그래서 느끼는 것인데 부부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인 듯 하다 특히 처음에 반짝 좋아했다가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감정이 중요하다
어느 순간 다툼이 있더라도 둘 사이의 사랑과 믿음이 점차 깊어지는 관계가 되어야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정명훈의 dinner for 8' 中, 정명훈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균형'과 향후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게 상생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섣불리 그 인연을 거스를 수도 없고, 억지로 동여맬 수도 없지 않은가.
물론 그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어떠한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그 관계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인연이란 산과 계곡 같으나 그 안에 흐르는 물과도 같아서 결국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하고 있는 노력은 '무위(無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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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영화는 위안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하나의 공부였던, 그래서 힘겹고 차가웠던 영화보기는 그 이후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조금은 더 즐거워졌는지 모른다. 혹은 그 이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적 동요 때문에 더 괴로워졌을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아는 여자를 보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있어 장진의 영화는,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나와서 벌이는 판타지였다. 나는 그만큼 무언가에서부터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우숩게도 영화에서 가장 진정성이 느껴졌던 부분은 도입부의 이별 장면이다. 헤어지자는 말에 가래를 밷고 욕지거리를 해대고 낙엽을 뿌려댔던 남자의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뭐 라고, 애써 웃음지으며 쿨한 척 했던 남자의 말은 이별이란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나는 그저 괜찮다고 자위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나는 뭔가를 숨겼을까 하며, 그렇게 자책하기도 하며, 나에게도 사랑은 없었을 꺼라 애써 위로하기도 했었다.

영화는 끊임없이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수년간 남자를 멀리서 지켜본 여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공을 던진 남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애인을 죽인 여자가 나온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고 죽이기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계속 해야 하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울린 건 은행강도 동호회(?) 회원의 입에서 나온 조금은 어이없는 대사였다.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이름 알면 그 이름을 가진 그 여자 사랑하는 거고, 그 다음엔 나이 물어보고, 그 다음엔 좋아하는 음식..."

이렇게나 간단할 수 있다니..
혹여 아는 여자란 사랑하는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바로 안다는 것과 동일한 건 아니었을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영화 내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여자가 처음 남자를 본 순간 그리고 그가 사는 곳이 몇 발자국 멀리 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 남자를 사랑한 건 아닐까.
남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서야,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순간에서야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 취미와 혈액형, 언제 홍역을 앓았었는지도. 남자의 목소리는 어린애처럼 유치하지만 즐거워하고 있었고, 사랑하는 자의 그것이었다.

문득, 클로저가 생각이 났다. 클로저에서 안다는 것은 사랑의 끝이었다.
누구랑 잤으며, 얼마나 좋았으며, 어디서 어떤 체위로 섹스를 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알고 싶어했는지 모르지만, 하지만, 안다는 것은 곧 사랑을 끝나게 만들었다. 클로저가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아직까지는 안다는 것이 사랑의 시작임을 믿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만 알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다시 그런 궁금증과 물음들이 즐거워지게 될까.
이름과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을 그렇게 즐겁게 물어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조금은 순수해지고 싶은 바램이 생겼지만, 경험이란 것이 과거란 것이 나를 잡아끄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했다..

[from 아는 녀석 K]

녀석의 '아는 여자'라는 논리에 순간 '아는 오빠'들이 무색해져버렸다는 훗...

녀석의 글을 통해 클로저를 볼 때 한사람한사람에게 감정이입하면서 느꼈던 것을
좀더 명쾌하게 깨달았다.

곧 개봉할 영화 중 '연애하기엔 나이가 많고, 결혼하기엔 아는 것이 많다'라는 카피가 떠오르는군 후훗...

덧...미안~ 바로 퍼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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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들은 스무 살에 첫사랑에 빠진다. 어린 연인들은 약속한다. 10년 뒤, 여주인공의 서른 번째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고.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짐으로써 깨어질 위기를 맞이한다. 연인들은 지독한 다툼 끝에 헤어지고 10년이 흐른 지금,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상태.

  약속이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이루어지는 것, 기다림과 믿음이 필수항목이다. 소설 속 연인들이 나눈 약속이 실현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약속을 잊지 말아야 하고, 피렌체라는 머나먼 장소까지 찾아가야 한다. 시간과 공간이 멀면 멀수록 약속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연약한 인간이 시공을 초월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들은 그 까마득한 약속을 이루어낸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10년이 지나, 머나먼 이국땅 성당 꼭대기 전망대에서 기적과 같이 재회한다. 그래서 소설이다. 두 사람은 의심과 불안 속에서 노심초사하지만, 믿음을 지키고 마침내 약속을 이루어낸다. 쉽게 맹세하고 시시하게 깨어진 약속을 무슨 이유로 돌아보겠는가. 마침내 약속을 지켜낸 이들만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서른 살의 생일에 나는 무엇을 했던가. 10년 전 애인과 머나먼 여행지에서의 재회는 커녕 10년 전 애인의 생일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가슴 찡한 약속이 없었단 말인가. 햇살이 조명처럼 내리는 어느 날, 운명처럼 약속이 이루어지던 순간이 없었단 말인가.

  살아가면서 나를 스쳐간 수많은 약속들이 떠오른다. 철없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약속들, 언젠가 함께 떠나자고 친구와 약속했던 사진 속의 여행지들, 연락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모르는 척 했던 몇 개의 전화번호들. 두려워서,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 약속들로부터 도망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내가 그만 잊혀지고 말았기에 약속들은 나를 떠나버리기도 했다. 그런 약속들은 세월 속에서 왜 그렇게 애처롭게 빛나고 있는지. 어떤 약속은 이루어졌다면 내가 더욱 행복해졌을지도 모른다고 부질없는 미련 속으로 나를 밀어 넣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운명적인 약속의 부름을 받아, 모든 것을 훌쩍 떨쳐버린 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날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굳이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거나 머나먼 나라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소설 속 주인공들 같은 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운명적인 약속이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 약속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지금,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장소이다.

  당신 주변에 있는 가까운 이들을 일곱 명만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바로 그 사람들이다. 당신이 운명적인 약속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들과의 약속은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이다. 또한 그 약속은 편하고 쉽게 이루어진다. 그들은 당신의 가족이거나 친구일 것이다. 당신과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주 식사를 하고, 전화를 건다.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보러 가는 것도 그 사람들이다. 휴가를 함께 보내는 것도, 아플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 모든 삶의 순간들은 사실 약속이라는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과 삶을 나누겠다는 약속.

  그런데 무언가를 '약속한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새삼스러운 믿음과 인내를 요구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미 충분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굳이 '약속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믿고 기다리면서 사람은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원대한 약속을 통해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보다는 하루하루 공기처럼 사소한 약속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되기 원한다.

  멋지지 않은가. 약속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하고 다정한 약속들.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삶 그 자체가 되어버린 약속들. 바로 오늘 저녁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슬플 때 지체 없이 전화를 걸 사람이 있다. 변치 않는 약속처럼 누군가가 내 곁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진정한 사랑이란 끝없는 약속인지도 모른다.

  10년 후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의 기약이 없다 해도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 곁에 있는 그 누군가와 10년 후에 피렌체로 여행을 가자고 약속해보는 건 어떨까. 10년 동안 당신이 그 사람과 늘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만에 만나 서로가 없어 외로웠다는 고백보다는 10년 동안 쌓아온 수많은 약속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10년 후, 두오모 성당 위로 내리는 은총의 빛 속에서. ⓟ
글_안신영 (출판기획자. 도서출판 행복한상상 대표) 푸르덴셜생명사보 2006 Autumn·Winter

며칠 전, 회사로 날아온 푸르덴셜생명 사보의 이번 주제는 "약속"이었다.
첫마음과 약속 / 사랑은 끝없는 약속 같은 것 / 소원을 이루다, 희망을 약속하다 / 10년의 약속, 그 이상의 약속 / 나와의 약속, 나를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특별한 주제들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한결같이 쉽게 내뱉고 지나치는 것들이 아닌 위의 글 첫 문장에서처럼 약속이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이루는 것, 그것은 기다림과 믿음에 기인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반면 작심삼일 / 사랑이 변하는 것에 대한 우리들의 불안감 혹은 변질된 사랑에 대한 자기 합리화로서의 변명 /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 등등...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쉽게 '약속'을 지켜나가지 못하는 이유들이 될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가능한 한 약속을 하지 말라, 그러나 약속을 했으면 목숨을 걸고 지켜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약속은 지킬 때만 그 효용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위의 글에 등장하는 연인들의 약속은 조금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내 자신'에 대한 절실함이 아니라 '그들'의 절실함-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으로 그것이 절대적으로 맞이하는 한 순간, 즉 타이밍일 것이다. 타이밍이란 절대 앞서서도 하물며 뒤쳐져서도 안되는 것으로 나 혼자만의 미뤄짐작으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이것은 자신을 평소 얼만큼 솔직하게 성찰하며, 상대방을 얼만큼 관심있게 관찰하고 표현하는지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이러한 약속 아닌 약속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린 분명 7시 저녁 약속에 상대방이 5분을 늦더라도 그 이유를 추궁하지 않을 것이며, 지각의 변명에 앞서 상대방에게 5분이 아닌 10분 정도 늦어질 거 같다는 여유로운 시간을 미리 일러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을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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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 “어떻게 된 거야?”

입 밖에 내는 동시에 한없이 남루한 질문임을 깨닫는다.
태오는 대답이 없다.
그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핏대가 휙 솟구쳤다.
태오가 몸을 돌렸다. 얼굴이 까칠하다.
그의 존재감으로 내 좁은 방 안이 꽉 찬다.

(남) “잘 지냈어요?”

(여) “전화를 해야지. 사람 걱정하는 거 몰라?”

(남) “미안해요. 걱정하게 해서.”

(여) “미안할 일을 왜 하는데? 내가 그렇게 만만해?
        진짜 헤어지고 싶어?”

(남)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머릿속 좀 정리하느라고.”

(여) “어, 그러셨어? 너 정리하는 동안에 나는 입 벌리고 너 기다리라고?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달복달걱정하면서?”

(남) “..... 정말 나를 걱정한거였어요? 걱정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싫었던 게 아니고?”

맥이 탁 풀렸다. 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누군가와 이별할 순간이 도래하면 엉뚱하게도 오래전 운동회 때가 생각난다.
줄다리기 시합. 청군과 백군이 동아줄 하나를 마주 잡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때 불현듯 한쪽에서 동아줄을 휙 놔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것이 덧없다는 듯.

그럼 다른 한쪽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승자가 되겠지만 그걸 진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임이 끝나버렸는데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를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이대로 줄을 놓쳐버리기에는,
나는 지금 너무 힘겹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중에서 -

이제는 누군가의 걱정이 부담스럽고, 나보다 그사람을 더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마음놓고 걱정을 해줄 수 있는 거, 그 걱정이 싫지 않은 거, 사랑할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가요?
여전히 나보다는 그사람이 더 걱정된다면... 아직은 서로에게 연결된 그 줄을 놓지 마세요.

***

오랜만에 김창완 아저씨의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들었다.
다른 때와 달리 유난히 머리 속에 남는 책 제목 탓에 이 시간에 일부러 검색까지 해봤다는 ㅋ

'사랑이 머무는 풍경'...발 킬머가 장님으로 등장했던 영화...
고등학교 때부터 가끔 함께 영화를 봤던 그 친구와 압구정에서 보았던 영화.
옆에서는 '쉬리'가 상영 중이었으나, 우린 한국영화~ 흥~ 콧방귀를 뀐 채..옆으로 스스스~
딱 한달 뒤, '쉬리'를 보지 못한 걸 아쉬웠했던 기억이 난다 ^^;;

지금은 그 친구와 그다지 어떤 관계라는 걸 말할 수 없는...그저 과거의 한 사람 정도로만 기억된다.
아마 내 학창시절 라이벌로 지금도 간간히 자극이 되어주곤 하는 녀석이지만,
이제는 '친구'라는 말도 참 서먹할 뿐이다.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들 중,
이제는 '머무는 풍경' 보다는 '저무는 풍경'이 더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더 이상 많은 관계들이 그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못할 뿐더러..
지금껏 쌓아왔던 그 관계들조차도 덧없음에 지쳐버려 스스로 줄을 놓아버리는 순간이 잦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줄을 놓는다는 것,
사실 그것은 내가 놓겠다는 결심에 의해 놓아지는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그 끈이 그저 헐거워져서 언젠가 끊어진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끈이 놓아진 것조차 알지 모른 채...
그 사람을 추억하며 살 뿐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후일에는 좋은 기억으로만 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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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e's

도시라고 토요일이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오히려 이렇게 쏟아지는 빛 속에 시간마저 잊은 채
나는 그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몰래..무언가를 들여다보거나 내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도시 안에 너무나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기에
난 그 누구의 시선에도 방해받지 않은 채
나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 He's

왜였는지 모른다 너무나 피곤했던 토요일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만이 기억되는 날이었다.
언제나 보는 곳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신이 있기에 그곳은 달라질 수 있었다.
지금 내 삶의 변화의 시작에 이젠 당신이 있다.
고마워

[from s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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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said

그냥 나의 느낌..
----------------
1. 일단 인기 소설답게.. 그 자체로 재밌기는 하다.. 몇몇 부분 빼고는 사건, 주인공 감정의 전개도 물 흐르듯..

2. 그래.. 쥰세이 같은 사람도 있겠지.. 아니면 쥰세이 같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난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종류의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아..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ignore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읽는 동안 좀 답답하기도 했었다.. 허나 그럴 수밖에 없다니 뭐 어쩌겠어.. 당사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물론 글의 힘이라는 게 참 묘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주인공의 심정에 동화되어 가기도 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3. 아무리 여러번 보아도 낙태에 대한 얘기는 좀.. 좀.. 어딘가 어설프다는 느낌이.. 다른 식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 수는 없었는지.. 이 부분때문에 3류 연애소설이라고 공격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하도 예전부터 여기저기(우리나라 드라마 포함)에서 많이 써먹어왔던 방식이라 사람들이 싫증난 거지.. - -

4. 원인은 전혀 다르겠지만..(뭐 사실 쥰세이 입장에서도 핑계거리를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적으로..) 메미에 대한 쥰세이의 행동.. 어딘지 나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이상한 데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독특한 나..)

5. 잊을 수 없는 것은 잊을 수 없다..?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왜 말하고 싶은 걸까..(이쯤 되면 난.. 생뚱맞은 생각에 웃고 만다..)

6. 아오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겠다.. 어쩌면 아오이처럼 마빈도 아닐 지 모른다..
다만, 난 아오이 같은 여자는 만나고 싶지 않아.. 짜증나고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거든..

..
뜬금없이..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는 어제 그리고 오늘의 나..

She said

그 사이엔 분명 사랑이 있지만,
누군가의 지나친 사랑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

마음 가는대로...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또다시 만날 때마다
조금씩 자신을 위한 갑옷으로 자신을 덧씌우는 거 같아.
분명 그 틈 사이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시간 혹은 서로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없을 시에만...
그 틈을 발견한 채 속할 수 있는 거 같다.

사실 그런 틈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봐주는 건데...

밀고당긴다는 표현..참 우습지.
그리고...어떤 기대감이 없어야만 보인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가끔..내 가슴 아프게 했던 애틋한 사랑에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고,
문득 돌아봤을 때 보였던 익숙한 것에 돌아서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싶어 ^^

나이 들수록 지쳐가기만 하지...그게 다들 냉정한 것인 줄 알고
열정은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식어만 가거든 ^^

[from 재우네]

하핫...작년 여름 내가 이런 글을 남겼다니...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여튼 새삼스럽소 ^^;;

사실 재우와의 답글 릴레이가 헐 재밌으나, 그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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