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영화는 위안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하나의 공부였던, 그래서 힘겹고 차가웠던 영화보기는 그 이후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조금은 더 즐거워졌는지 모른다. 혹은 그 이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적 동요 때문에 더 괴로워졌을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아는 여자를 보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있어 장진의 영화는,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나와서 벌이는 판타지였다. 나는 그만큼 무언가에서부터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우숩게도 영화에서 가장 진정성이 느껴졌던 부분은 도입부의 이별 장면이다. 헤어지자는 말에 가래를 밷고 욕지거리를 해대고 낙엽을 뿌려댔던 남자의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뭐 라고, 애써 웃음지으며 쿨한 척 했던 남자의 말은 이별이란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나는 그저 괜찮다고 자위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나는 뭔가를 숨겼을까 하며, 그렇게 자책하기도 하며, 나에게도 사랑은 없었을 꺼라 애써 위로하기도 했었다.
영화는 끊임없이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수년간 남자를 멀리서 지켜본 여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공을 던진 남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애인을 죽인 여자가 나온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고 죽이기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계속 해야 하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울린 건 은행강도 동호회(?) 회원의 입에서 나온 조금은 어이없는 대사였다.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이름 알면 그 이름을 가진 그 여자 사랑하는 거고, 그 다음엔 나이 물어보고, 그 다음엔 좋아하는 음식..."
이렇게나 간단할 수 있다니..
혹여 아는 여자란 사랑하는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바로 안다는 것과 동일한 건 아니었을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영화 내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여자가 처음 남자를 본 순간 그리고 그가 사는 곳이 몇 발자국 멀리 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 남자를 사랑한 건 아닐까.
남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서야,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순간에서야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 취미와 혈액형, 언제 홍역을 앓았었는지도. 남자의 목소리는 어린애처럼 유치하지만 즐거워하고 있었고, 사랑하는 자의 그것이었다.
문득, 클로저가 생각이 났다. 클로저에서 안다는 것은 사랑의 끝이었다.
누구랑 잤으며, 얼마나 좋았으며, 어디서 어떤 체위로 섹스를 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알고 싶어했는지 모르지만, 하지만, 안다는 것은 곧 사랑을 끝나게 만들었다. 클로저가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아직까지는 안다는 것이 사랑의 시작임을 믿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만 알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다시 그런 궁금증과 물음들이 즐거워지게 될까.
이름과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을 그렇게 즐겁게 물어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조금은 순수해지고 싶은 바램이 생겼지만, 경험이란 것이 과거란 것이 나를 잡아끄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했다..
[from 아는 녀석 K]
녀석의 '아는 여자'라는 논리에 순간 '아는 오빠'들이 무색해져버렸다는 훗...
녀석의 글을 통해 클로저를 볼 때 한사람한사람에게 감정이입하면서 느꼈던 것을
좀더 명쾌하게 깨달았다.
곧 개봉할 영화 중 '연애하기엔 나이가 많고, 결혼하기엔 아는 것이 많다'라는 카피가 떠오르는군 후훗...
덧...미안~ 바로 퍼와서 ^^;;
하나의 공부였던, 그래서 힘겹고 차가웠던 영화보기는 그 이후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조금은 더 즐거워졌는지 모른다. 혹은 그 이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적 동요 때문에 더 괴로워졌을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아는 여자를 보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있어 장진의 영화는,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나와서 벌이는 판타지였다. 나는 그만큼 무언가에서부터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우숩게도 영화에서 가장 진정성이 느껴졌던 부분은 도입부의 이별 장면이다. 헤어지자는 말에 가래를 밷고 욕지거리를 해대고 낙엽을 뿌려댔던 남자의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뭐 라고, 애써 웃음지으며 쿨한 척 했던 남자의 말은 이별이란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나는 그저 괜찮다고 자위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나는 뭔가를 숨겼을까 하며, 그렇게 자책하기도 하며, 나에게도 사랑은 없었을 꺼라 애써 위로하기도 했었다.
영화는 끊임없이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수년간 남자를 멀리서 지켜본 여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공을 던진 남자가 나오고, 사랑 때문에 애인을 죽인 여자가 나온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고 죽이기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계속 해야 하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울린 건 은행강도 동호회(?) 회원의 입에서 나온 조금은 어이없는 대사였다.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이름 알면 그 이름을 가진 그 여자 사랑하는 거고, 그 다음엔 나이 물어보고, 그 다음엔 좋아하는 음식..."
이렇게나 간단할 수 있다니..
혹여 아는 여자란 사랑하는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바로 안다는 것과 동일한 건 아니었을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영화 내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여자가 처음 남자를 본 순간 그리고 그가 사는 곳이 몇 발자국 멀리 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 남자를 사랑한 건 아닐까.
남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서야,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순간에서야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 취미와 혈액형, 언제 홍역을 앓았었는지도. 남자의 목소리는 어린애처럼 유치하지만 즐거워하고 있었고, 사랑하는 자의 그것이었다.
문득, 클로저가 생각이 났다. 클로저에서 안다는 것은 사랑의 끝이었다.
누구랑 잤으며, 얼마나 좋았으며, 어디서 어떤 체위로 섹스를 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알고 싶어했는지 모르지만, 하지만, 안다는 것은 곧 사랑을 끝나게 만들었다. 클로저가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아직까지는 안다는 것이 사랑의 시작임을 믿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만 알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다시 그런 궁금증과 물음들이 즐거워지게 될까.
이름과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을 그렇게 즐겁게 물어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조금은 순수해지고 싶은 바램이 생겼지만, 경험이란 것이 과거란 것이 나를 잡아끄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했다..
[from 아는 녀석 K]
녀석의 '아는 여자'라는 논리에 순간 '아는 오빠'들이 무색해져버렸다는 훗...
녀석의 글을 통해 클로저를 볼 때 한사람한사람에게 감정이입하면서 느꼈던 것을
좀더 명쾌하게 깨달았다.
곧 개봉할 영화 중 '연애하기엔 나이가 많고, 결혼하기엔 아는 것이 많다'라는 카피가 떠오르는군 후훗...
덧...미안~ 바로 퍼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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