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발렌타인데이날 아침.
조엘은 출근 길에 회사로 가는 전철 대신, 몬타우크 해변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이유는? 그도 모른다. 그는 결코 충동적인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아니, 그는 좋게 말하자면 착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우유부단한 남자다.

2월의 바닷가는 쓸쓸하다.
차가운 바람 속에 왠지 모를 아련함과 씁쓸함,
그리고 여렴풋하지만 뭔가 달콤했던 감정이 몰려온다.
해변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를 파랗게 물들인 여자.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보통 성격은 아닐 것 같다.
여자가 살짝 아는 척을 하지만 수줍은 조엘은 눈길을 피한다.

다시 집으로 가는 열차 안.
얼마 떨어지지 않은 좌석에 아까 해변에서 만났던 파란 머리 아가씨가 보인다.
눈이 마주치자 큰 소리로 인사를 하더니, 이 아가씨,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의 이름을 클레멘타인이라고 밝히는 게 아닌가?
조엘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밝고, 조금은 변덕스러운 여자다.
“당신은 왠지 착해 보여서 좋아요.”
방금 착한 남자는 싫다고 했으면서 냉큼 그의 옆자리로 와 친밀감을 표시한다.
낯가림이 심한 조엘은 움찔하면서도 왠지 싫지 않다.
아니, 단순한 호감, 그 이상이다.
어디선가 한번 쯤 만난 것 같은, 혹은 오랜 친구에게서나 느껴지는 친밀감.

사실 두 사람은 지난 2년간 연인 사이였다.
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결국 헤어졌고
이별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과학의 힘을 빌어 사랑의 기억을 지워 버렸다.
하지만 머리 속의 기억은 지워도 심장은 여전히 그를, 그녀를 기억하는 터.
흔들리는 열차 안에 앉아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는다.
낯설지만 끌리는 듯, 혹은, 오래부터 알고 있었던 듯 친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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