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9/10 앞뒤로 걷다 (1)

미코노스섬의 풍차들

여행 중에서 내가 본 풍경 속에는 언제나 너의 뒷모습이 걸려 있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반쯤은 나란히 걸었고,
반쯤은 앞뒤로 떨어져 걸었다.
다섯 걸음쯤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길찾기를 좋아하는 너는 앞장을 섰고,
조금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네 뒤에 서서 걸었다.
나란히 걸을 때는 주로 같은 것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앞뒤로 걸을 때는 저마다의 풍경 속에서 각자의 생각에 잠겨든다.
잠시 쉬어가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비슷한 것을 느꼈을 때는 맞장구를 치고,
친구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눈동자를 반짝인다.
나란히 걷는 시간과, 앞 뒤로 걷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면서 여행의 날들이 흘러갔다.

풍경에 취해 지나친 상념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면,
인파 속에 너의 뒷모습이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언젠가 마을의 외곽을 끼고 서 있는
네 개의 풍차를 따라 걸을 때,
새처럼 양팔을 한껏 벌리고 걷던 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모습은 앞서서 걷다가
문득 서서 나를 돌아보던 너의 얼굴이었다.

***

마치 내가 너인듯한 그녀의 글 속에서
어쩌면 그곳은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교차하면서 여행의 날들이 흘러갔다."
여행은 기억에 담겨 바람과 함께 저편 어디론가 가는 듯 싶어...

'Travel > Sur la rou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 속의 산책  (2) 2007/06/03
풍경의 깊이  (4) 2007/04/16
앞뒤로 걷다  (1) 2006/09/10
Santorini Dreaming  (2) 2006/09/08
After Rain  (4) 2006/07/09
길에서 만나다  (0) 2006/05/2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59)
Mine (100)
Cinema (53)
Book (9)
Travel (48)
Stuff (42)
English (3)
Wish List (4)

글 보관함

Total : 90,082
Today : 5 Yesterday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