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영화관에서 보았던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다시 보면 기억에는 세 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것, 외견상으로는 잊혀졌지만 다시 기억나는 것, 그리고 '완전히' 잊혀진 것이 그것이다. 프로이트는 진정한 기억이란 무의식 체계 속에만 있다고 말한다.
_ '사생활의 역사, 5 제1차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중에서
#1. 100분이란 시간이 채워져 감에 따라 모든 장면들이 대개 그렇듯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어떤 불확실한 이미지들이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져 완성된 그림을 보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영화가 종반으로 치닿을수록 한가지 불안이 엄습해 오길..
왜 그 장면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였다.
#2. 홍콩에 대한 많은 이미지와 환상 중 하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였다.
세계 3대 야경이라든가 딤섬이라든가 멋진 옷가지들이 아니라
그렇게 하루에 두번 방향을 바꿔 오르거나 내려갈 뿐인 기다란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이미지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한눈을 팔았던 까닭인지
아니면 내 기억이 아닌데 조작된 기억을 통해 나 또한 보았다고 믿었던 건지...
#3. 처음 홍콩을 갔을 때, 분명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화에서처럼 중간쯤 되는 어딘가에서 내렸다.
영화가 좀더 나에게 깊이 각인되었더라면 나 역시 몸을 작게 웅크린 채 그의 집을 찾고 있었을테지.
지금 다시 보니...그곳이 어디쯤인지는 알 거 같다.
하지만, 다시 그곳을 간다해도 그 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그런 우스꽝스런 모습을 따라하고 싶지는 않다.
#4. 기록에 의한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공유한다는 것만이 아니다. 동일한 기억(과거)을 갖고 있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동일한 시각(미래)을 동반한 무의식적인 내 행동들의 나열(현재)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난 분명 이 영화를 두번 보았은데,
왜 이장면이 이전에는 기억되는데 반해 지금은 기억되지 않는 것일까?
#5.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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