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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1 폴 오스터와 함께 (3)

「헨리 데이빗 소로는 자기 집에 의자를 세 개 두고 있다고 했지요.」에드가 한마디한다.

「첫 번째 것은 고독을 위해서, 두 번째 것은 우정을 위해서, 세 번째 것은 사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고독을 위한 것 하나밖에 없어요. 침대까지 친다면 우정을 위한 두 번째 것까지는 있는 셈이겠지.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교 따윈 없어요. 그런 짓이라면 내 택시하고 실컷 했으니까.」


                                                         - 신탁의 밤, 폴 오스터.

[from y.     ]


#1. 내 방에 놓인 2개의 의자와 침대는 차치하고 난 3병의 와인에 대해 말하고 싶다.

#2. 오랜만에 녀석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며, 다 지나빠진 생일에 대해 조금 투정을 부려본다.
녀석은 내 생일을 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나우누리 시절 때 '아이디'와 함께 기억한다고 말한다.
갑자기...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이 참 기쁘고, 고맙더군.

이번에 만나게 되면 정종 대신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마침 내 방에는 3병의 와인이 굴러다니고 있다.
작년 봄 독일에서 사 온 아이스바인, 호주에서 사 온 레드 와인(부디 쉬라즈이길) 그리고 파리에서 선물받은 레드 와인.
다음 주쯤 녀석과 학교 앞 공원에 앉아 찬 바람과 함께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길 바랄 뿐...
어쨌든 저 3개의 병 중 한 병은 녀석의 몫이 되어 버렸다.

#3. 사실 좀 더 많은 와인들을 갖고 몇몇의 친구들과 치즈 하나 놓고 작은 파티를 열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바쁜 탓에 더욱이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이 좋은 것들을 나눌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앞서 파티는 결국 열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폴 오스터의 글귀로 인하여 그 고민이 모두 사라졌다.

아마 주말쯤 올라오게될 친구와 함께 또 하나의 와인을 마셔야 할 거 같고... ^^
마지막 한 병은 제주도에서 끝내지 못했던 파티를 위해 그 친구들과 마셔야 할 거 같다.

#4. Oracle Night의 한 구절이긴 하지만, 폴 오스터란 이름을 들으면 항상 떠오르는 한 친구가 있다.
혹시나 하고 녀석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우연의 음악」을 펼쳐보니,
역시나 첫 장에는 녀석의 메모가 있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 이 책이 네가 어른이 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건강하고..." -xx

후일 책을 다 읽고 녀석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떠올라 그때도 지금도 어른이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녀석에게 또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런지...
...녀석도 아직까지 아무 소식 없다.

그리고 정작 녀석과 나눌 와인도 남아있지 않고.

#5. 내가 가진 3병의 와인은 모두 우정을 위한 것으로 녀석들이 오래전 나우누리 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라는 것에...
어쩌면 이 녀석들이 지금 잠시 나에 대해 잊었다 할지라도...
오늘의 이야기처럼 내 아이디만으로도 내 생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의 기억에 내가 남아있을 거 같다.

내가 가진 와인이 단 한병 뿐이라 내 목만을 축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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